고향을 잃은 사람들 | 이성범 목사 | 2017-06-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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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사도행전8:1-8절 개역개정1. 사울은 그가 죽임 당함을 마땅히 여기더라 그 날에 예루살렘에 있는 교회에 큰 박해가 있어 사도 외에는 다 유대와 사마리아 모든 2. 경건한 사람들이 스데반을 장사하고 위하여 크게 울더라 3. 사울이 교회를 잔멸할새 각 집에 들어가 남녀를 끌어다가 옥에 넘기니라 4. 그 흩어진 사람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할새 5. 빌립이 사마리아 성에 내려가 그리스도를 백성에게 전파하니 6. 무리가 빌립의 말도 듣고 행하는 표적도 보고 한마음으로 그가 하는 말을 따르더라 7. 많은 사람에게 붙었던 더러운 귀신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나가고 또 많은 중풍병자와 못 걷는 사람이 나으니 8. 그 성에 큰 기쁨이 있더라 1909년 6월 19일 일본에서 한 소년이 태어났습니다. 소년은 대지주 가문의 여섯 번째 아들이었습니다. 부친은 일본 중의원과 귀족원 의원을 지낸 명사였고, 집안에는 하인이 서른 명도 넘었습니다. 소년은 도쿄대학 불문과를 중퇴했으며, 스물여섯 살에 세상을 충격에 빠뜨리는 소설을 발표합니다. 결혼 후에도 여러 여인과 염문을 뿌렸고 애인과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만, 「인간 실격」이라는 작품을 발표하여 일본 최고의 소설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39살이 되던 1948년에 내연녀와 함께 자살하고 맙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다자이 오사무였습니다. 다자이 오사무가 태어난 같은 해, 12월, 일본에서 또 한 소년이 태어났습니다.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동네의 조그마한 전기회사에서 심부름하는 것이 소년의 첫 직업이었습니다. 이어 인쇄공과 청소부로 일했고, 밤에는 광고지 삽화를 그려 넣는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휴일에는 빗자루를 팔러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열아홉 살에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갑니다. 감옥에서 경험한 폭력과 차별에 분노하여 자기처럼 힘없는 사람들이 무시당하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으로 신문기자가 되려 합니다. 하지만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또 한 번 좌절한 후 신문사의 급사로 일합니다. 신문 만드는 일에 보잘것없는 자신이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박봉과 무관심에도 그의 가슴은 두근거렸습니다. 이십 년을 일했지만, 차별은 소년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그는 정식기자도, 단 한 번도 회식이나 상여금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초대받은 송년회 자리에서 최고 임원은 못생기고 더럽다는 이유로 그에게만 술을 따라 주지 않았습니다. 정의가 살아있으리라 믿었던 그곳에서도 그는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었습니다. 소년은 못나고 힘없는 자신을 받아 줄 만한 곳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리라고 결심합니다. 그사이 소년은 한 여자의 남편이 되었고, 부모님을 부양하며 네 아이를 먹여 살려야만 처지가 되었습니다.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밤에는 부업을 하느라 2년 동안 출퇴근길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첫 소설을 공모전에 출품해 3등으로 입상했습니다. 소년은 어느덧 41살의 중년이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이 마쓰모토 세이초(1909-1992)입니다. 41살에 데뷔한 그는 신문사에서의 직장 생활 외에는 모든 시간을 소설에 바쳤습니다. 데뷔 후 4년이 지나 발표한「어느 고쿠라 일기전」은 그에게 일본 최고의 문학상을 안겨 주었고 소설가로서 인정받았지만, 그에게는 넘어야 할 장벽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우선 잡지에 몇 편 발표하는 부정기적인 수입으로 여덟 식구를 책임 질 수 없어 47세까지 신문사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그것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세상의 오해였습니다. 그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대학 나오지 못했고, 가난하다는 과거를 들먹이며 그의 작품은 피해망상에 사로잡혔다고 비난했고, 신문사에서 허드렛일이나 돕는 잡부는 소설을 써서는 안 된다는 시선에 상처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나이 오십에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는 기적을 이루어 냅니다. 그는 83의 나이로 세상을 1992년까지 30년 동안 100권이 넘는 장편 소설을 썼습니다. 작가생활 43년 동안 장편과 단편, 논픽션 등을 모두 합치면 출간된 단행본만 1000권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일본의 각 방송사는 그의 대표작을 드라마로 제작했습니다. 자그마치 그 편수가 36편이나 되었고, 내로라하는 방송사들의 골든타임에 1년 동안이나 방영되었던 것입니다. 누구도 그에게 소설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신문사 잡부였던 41살 비정규직노동자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살아 숨 쉬게 만들어 준 기적의 원인은 상처였습니다. 상처를 통해 넘어지고 빼앗기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넘어졌을 때 보지 못했던 공간에 눈을 뜨게 되고, 빼앗겼을 때 진실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게 되며, 좌절은 가서는 안 될 길의 이정표를 제대로 판단케 해준 지식으로 남겨집니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습니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입니다. 누구나 남의 고난에는 고진감래라는 말로 위로합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되면 이 말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본문은 초대교회에 "큰 핍박"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분쟁이 있고 타락된 교회라면 핍박도 당연하겠지만, 초대교회는 오히려 성령과 사랑이 충만한 교회였습니다. 행동하는 교회요, 권세와 능력이 나타나는 교회였습니다. 이러한 교회에 핍박이 있다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당하는 핍박이 단순하지 않습니다. 재산을 몰수당하고, 형제가 비참하게 죽임을 당합니다. 스데반이 돌에 맞아 죽고 야고보가 목 베임을 당했습니다. 복음을 전하다 매를 맞고 피투성이가 됩니다. 민족이 함께 당하는 수난이 아니라 예수를 구주로 영접한 사람들만 당하는 핍박입니다. 예수를 믿으면 잘 살 줄 알았고, 복 받을 줄 알았는데, 예수 믿고 오히려 빼앗기고, 살기 위해 부득불 도망쳐야 했고, 방황하는 나그네가 되었습니다. 이 고통은 저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뜻도 모른 채 흩어져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핍박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본문은 "그 흩어진 사람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했다고 말합니다. 흩어진 것은 억지로, 불가피하게 된 일이지만,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이것은 자율적이요, 목적 있는 행위입니다. 저들은 정든 고향을 두고 쫓기는 신세로 남의 땅에 살게 되었지만, 세상을 원망하지도 신세를 탓하지도 않습니다.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기쁘게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당하고 있는 현재의 고난을 은총의 계기로, 흩어짐을 하나님의 보내심으로, 기도의 응답으로, 약속의 성취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왜 이런 고난을 당하여야 하는지 그 뜻을 몰라도 주어진 현실 속에서 자원하여 주님의 뜻을 따라 순종하며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기회로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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